9 people found this review helpful
Recommended
0.0 hrs last two weeks / 9.8 hrs on record (9.7 hrs at review time)
Posted: 12 Jul, 2022 @ 1:36pm
Updated: 7 Jul, 2024 @ 11:51am

[3.47 / 5.00]

"시대를 풍미한 FPS 게임"

※ 이전 스토리 요약: 포탈 및 하프라이프 1 스토리 스포일러※
애퍼처 사이언스와 블랙 메사의 연구소에서는 포탈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다. 서로 경쟁사였던 이 둘은 개발에서 우위를 가져가기 위해 각자 금단의 시도를 한다. 애퍼처 사이언스는 인공지능 글라도스(GLaDOS, Genetic Lifeform and Disk Operating System)를 개발하여 포탈 기술을 완성하려고 했으나 가동과 함께 모든 연구원을 실험하며 몰살한다. 한편 블랙 메사 연구소에선 수수께끼의 인물 'G맨'으로부터 제공받은 물질을 이용해 포탈 기술 실험을 진행하는 도중 다른 차원인 'Xen'과 연결되는 '대공명 현상'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외계 세력의 수장인 '니힐란스'가 포탈을 제어하여 각종 외계 생물을 지구로 넘어오도록 하며 블랙 메사 연구소는 아수라장이 된다.

블랙 메사 연구소는 정부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파견한 비밀 특수부대 '블랙 옵스'는 기록 말소를 위해 오히려 연구원들을 제거하려고 했다. 하프라이프 1의 주인공 '고든 프리맨'이 이계 'Xen'으로 간 사이 블랙 메사 연구소는 핵 공격으로 완전히 말소된다. 한편 고든 프리맨은 지구를 침공한 수장 '니힐란스'를 무찔렀지만, 그가 조종하던 포탈이 폭주하여 에너지 폭풍에 휘말린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니힐란스'와 그가 이끌던 외계종족들을 노예로 삼던 콤바인 제국이 지구를 눈치채는 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동시에 대공명 현상의 여파로 '포탈 폭풍'이 발생하여 각종 외계 생물들이 지구 전역으로 확산하여 대혼란이 도래한다.

혼돈을 틈타 콤바인 제국이 지구를 침략하기 시작했고, 수많은 과학 발전을 이룩한 인류는 고작 7시간 만에 무력화된다. 이는 '7시간 전쟁'으로 불리며 인간이 지배자의 위치에서 노예의 위치로 전락하는 계기가 된다. 17번 지구의 관리자가 인간 '브린'으로 임명되고, 시민들은 콤바인 병사에 의해 극도로 억압되고 통제되는 노예의 삶을 살아간다. 한편 고든 프리맨은 수수께끼의 인물인 G맨에 의해 에너지 폭풍에서 살아남았고, 17번 지구로 가는 열차에서 깨어나게 된다.

※ 리뷰 시작 ※

필자는 하프라이프 1, 2 발매 당시 쥬니어네이버의 '동물농장'이나 야후꾸러기의 '시장놀이'를 하고 있던 나이기 때문에 이 시리즈가 얼마나 위대한지 알지 못한다. 다만, 본 게임이 당대 최고의 그래픽, 스토리 FPS의 정립, 모드작들의 폭발적인 인기, WASD 조작의 정착, 프롭 물리 엔진 및 NPC 인공지능 등 다양한 방면에서 혁신을 불러왔다고 들어왔다. 2020년대에 본 게임을 플레이하면서도 몇 가지 단점을 제외하면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을 정도니, 당대 게이머들이 얼마나 열광한 작품일지는 어렴풋이 짐작된다.

첫 번째로 본 게임의 레벨 디자인부터 살펴보면 일직선 진행의 맵 디자인을 주로 채용한다. 하지만 플레이어가 전체적인 맵이 일직선 진행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게끔 설계했다. 단순히 일직선 형태의 길을 배치하는 것이 아니라 건물 내부를 이리저리 지나다니고 옥상 플랫폼을 뛰어 넘나들고 드넓은 사막을 다니게 하여 플레이어로 하여금 맵 형태를 생각하기 보다는 실제로 탐험하는 기분을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길의 끝에는 스토리가 진행된다는 점을 알려주기 위해 적이나 아군 NPC를 배치하여 플레이어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알려준다. 다만 몇몇 맵에서는 어두운 환경이나 없다시피 한 가이드 때문에 길찾기의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다.

두 번째로 튜토리얼이 뛰어나다. 하프라이프 2에 도입된 프롭의 물리엔진을 알려주기 위해서 콤바인 병사가 캔을 쓰레기통에 넣으라는 지시를 한다. 폭발성 드럼통 역시 콤바인 병사가 먼저 사용하여, 이 프롭이 폭발을 하며 동시에 옮길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또, 새로운 적이 등장하면 적이 인근 사물을 먼저 공격하도록 하여 적의 공격 방식을 알려준다. 길찾기나 퍼즐도 튜토리얼을 통해 알려주는 방식이다. 상자를 옮겨 위쪽 플랫폼에 도달하는 방식을 알려준 뒤 이와 비슷한 길찾기 퍼즐을 배치한다. 역에 나타난 기차를 밟고 올라가는 방식이 대표적인 예이다.

세 번째로 내러티브가 뛰어나다. 주인공이 열차를 타고 17번 지구에 도착했을 때 콤바인으로부터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또, 17번 지구에서 노바 프로스펙트에 위치한 교도소로 이송되기 직전에, 전작의 아수라장에서 살아남은 경비원 바니 칼훈으로부터 구조를 받는다. 그리고 콤바인 병사들의 추격을 피하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도움을 받는데 콤바인들은 시민들을 벌레 죽이듯 쉽게 죽여버린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고든 프리맨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군과 적은 누구인지 명확히 인지하고, 콤바인 세력에게 반감을 갖게 된다. 또, 끊임없이 추격해오는 적들에게 절망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주인공을 도와주는 인물들이 '고든이 돌아왔다'는 말과 함께 희망찬 눈빛을 주인공에게 보내기에 앞으로 나아갈 의지를 되새길 수 있다. 무엇보다 말하지 않는 주인공을 채택하였기에 플레이어가 고든 프리맨에 과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내러티브적 요소는 앞서 말한 길찾기의 등불 역할과 동시에 레벨 간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네 번째로 NPC이다. 자동 립싱크 기능으로 어느 언어로 말하든 음성과 입모양에서 오는 괴리가 적고, 플레이어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도록 설계되어 있어 NPC에게 생동감을 집어넣었다. 이러한 디테일은 현재 출시되는 '대형 게임'에서도 놓치는 부분이다. 한편 주요 NPC들이 스토리 진행, 길찾기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가는 것 또한 플레이어로 하여금 NPC를 그 이상의 존재로 인식하게끔 만들어준다. 적들과의 전투에서 1인분을 톡톡히 해내는 NPC들을 보면, RPG에서만 보던 유명무실한 NPC들과는 다르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결국엔 세세한 디테일들이 보여 몰입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훌륭하다.

다섯 번째로 그래픽은 여전히 봐줄 만한 정도이다. 물 그래픽부터 조명까지 여전히 깔끔하게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모델링과 텍스쳐는 썩 좋다곤 할 순 없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맵 컨셉이다. 콤바인 군인이 통제하는 도시를 탈출하기, 수상기를 타고 콤바인 공군(헬기)을 따돌리기, 좀비 폐허로 변한 레이븐 홈 탈출하기, 외계 생물 '개미 귀신'을 피해 모래 사막 건너기, 프리맨을 중심으로 뭉친 저항군과 콤바인 세력을 격파하기 등 각 챕터들이 선사하는 플레이 경험이 다채롭다. 특히 레이븐 홈 챕터는 외계 세력으로 인해 멸망한 지구를 여과없이 보여주면서도 공포 게임 같은 분위기를 내기 때문에 각별히 기억에 남는다.

당대에 출시된 작품들을 플레이해보면 이 게임이 얼마나 세련되었던 것인지 알 수 있다. 지금에서야 게임이 시사한 혁신적인 요소보다는 상징성이 더 가깝게 느껴지기에, 최신작을 많이 즐겨본 게이머에겐 성이 차지 않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품을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는 스팀의 자세까지 포함하여 필자 역시 압도적으로 긍정적이란 평가에 동조하겠다.
Was this review helpful? Yes No Funny Award